천흥天興 명문기와.   @충남방송
천흥天興 명문기와. @충남방송

 

[충남방송=천안] 주영욱 기자/ ‘천안 천흥사지’가 고려시대 초기 최대급 규모로 창건된 왕실사찰로 입증됐다.

 

17일 시에 따르면, 천안시와 (재)고운문화재연구원은 문화재청과 충청남도 지원으로 진행한 ‘천안 천흥사지’ 발굴조사 주요 성과를 천흥사지(성거읍 천흥리 190-2)에서 열린 학술자문회의를 통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천안시는 고려 초기 최대급 규모의 절터인 천흥사지에서 고려시대 중요사찰로서의 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심 건물인 금당지(추정)와 2호 건물지, 천흥(天興)이라고 적힌 명문기와 등을 발굴·조사한 결과, 천흥사가 고려 초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충남지역 고려시대 절터 중 가장 우수하고 장엄한 최대급 규모의 절터였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천흥사지는 고려 초에 창건돼 조선시대에 폐사된 천안지역 고려시대 대표적인 절터이다. 고려 천흥사와 관련한 문화재로는 천흥사지 오층석탑(보물 제354호)과 천흥사지 당간지주(보물 제99호),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국보 제280호,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이번 천안 천흥사지 발굴조사는 보물 제354호 천흥사지 오층석탑을 중심으로 천흥사지 사역의 실체를 확인하고, 정비 및 복원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고자 2019년부터 진행돼 왔다.

 

시는 금당지(추정)와 함께 2호 건물지, 회랑지, 답도시설 등을 추가로 확인하며 고려시대 천흥사의 가람배치를 추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금당지(추정)는 1호 건물지로, 오층석탑의 서쪽 후면에 자리하고 있다. 규모는 남북 20m, 동서 18m 정도의 대형이고 정면 5칸, 측면 4칸의 구조를 보인다. 건물의 기단은 주로 중심 건물에 사용되는 ‘가구식’의 형태이며 장대석을 이용한 출입(계단)시설도 함께 조사됐다.

 

이와 같은 기단 및 계단의 조성 기법은 그동안 충남지역 고려시대 유적에서 남아 있는 기단 중 가장 우수하고 장엄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향후 천흥사의 성격 및 가치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호 건물지(추정 금당지)의 남쪽에 자리한 2호 건물지에서도 동일한 형식의‘가구식’의 기단 구조가 확인돼 주목된다. 2호 건물지는 남-북 방향과 동-서 방향 모두 14m 내외의 대형 건물로, 평면 정방향의 형태를 띠고 있다. 또 동쪽과 서쪽에서 각기 다른 양식의 출입시설이 확인됐으며, 특히 건물지 모서리 일부에서는 우주로 추정되는 부재가 확인됐다.  

 

1호·2호 건물지의 서쪽으로는 계단과 접해 남북으로 길게 답도시설로 이어지고 있어 두 건물의 격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호 건물지의 남쪽에는 동서 방향 4칸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회랑지가 확인돼 천흥사의 가람배치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천흥(天興)’ 명문기와와 당초문 암막새, 치미 편, 고려청자 등이 수습돼 천흥사의 창건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상돈 시장은 “이번 천흥사지 발굴조사를 통해 고려시대 천흥사의 규모와 성격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됐다”면서 “향후 추가조사를 통해 천흥사지 전체 사역 범위를 확인하고, 정비 ․ 복원을 포함한 유적 보존대책을 수립함은 물론,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은 고려 초 왕건이 천안부를 세우며 신설된 도시로, 천안에는 왕건 관련 지명과 역사문화유산이 다수 남아 있어 천안과 고려왕실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천흥사가 위치한 성거산은 고려 태조가 명명한 곳이며, 이번 발굴된 천흥사의 창건에도 태조 왕건이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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